▲ (하창환 청주기상지청장)

 [기상칼럼] 

  최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상고온’ ‘수퍼엘니뇨’라는 수식어가 붙은 날씨 보도가 자주 나왔던 게 거짓말인 양 말이다.

  올 겨울 초반 엘니뇨와 북극해빙의 줄다리기 싸움에서 엘니뇨가 한수 위를 차지하면서 동장군이 그 맹위를 떨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힘자랑을 했던 이번 엘니뇨는 가장 강력하게 발달했던 1997년~1998년 엘니뇨 이후, 2위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충청북도의 작년 12월 평균기온이 1.4도로 평년값인 영하 0.7도 보다 2.1도 높았고,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3.1도로 평년값 영하 5.7도 보다 2.6도 높게 기록 되면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으니 ‘슈퍼 엘니뇨’라 불릴 만하다. 
  이미 지난 여름철 때 이른 폭염과 충북지역 강수량이 320미리로 평년에 비해 43%에 그치면서 극심한 가뭄사태를 겪었던 것까지 기억하면 그야말로 요즘 날씨가 제대로 화가 난 듯하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요즘 날씨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답은 우리 삶의 현장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제 때 추위가 찾아오지 않아 겨울 초입에 불티나게 팔려야 할 패딩과 모피를 비롯한 방한용품 매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관련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는 기사, 충북지역의 축제며 행사도 직격탄을 맞아 매년 12월 중순에서 2월까지 거대한 인공빙벽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던 영동 빙벽장도 개장을 무기한 연기하였고, 제천 의림지 빙어낚시와 같은 겨울철 즐길거리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또 겨울철 맛난 간식거리인 곶감은 건조과정에서 기온이 높아 곰팡이가 피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진 한 컷을 보니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까지 오랫동안의 날씨 경험을 토대로 농사를 짓고, 축제 일정을 잡고, 산업현장에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해답이다.
  ‘충북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보면 현재 추세로 온실기체를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기에 도내 평균기온은 현재 기후값 보다 4.7도가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단양, 영동,증평, 제천 4곳은 4.8도나 오른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적응해 온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고 그 변화에 우리는 새로이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가을 충북 진천의 23개 농가소식을 접한바 있다. 남미가 원산지이고 여신의 과일이라 불리는 ‘패션프루트’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상 5도 이상에서 생육이 가능하고 심은지 3개월만 되면 수확도 가능해 농가소득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렇게 몇몇 농가에서의 열대작물 재배 시도가 바로 기후변화에 새로운 적응인 것이다.
  기후변화는 분명 여러 분야에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에서도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시 경제적 피해가 전 세계 GDP의 0.2~2%에 이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적응을 준비하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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