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종호 민주평통자문회의 충주협의회장

   요즘 정치권에선 공천을 받으려는 후보자들이 공천심사위원장을 ‘저승사자’라 부른다. 선거를 목전에 둔 예비후보자들에게 그들처럼 무서운 사람이 있을까. 무소불위의 현역의원들조차 한파속 사시나무 떨듯 하니 그들은 분명 생사여탈권을 손안에 쥔 ‘저승사자’임엔 틀림이 없다.

  공천(公薦)이란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정치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당선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보니 불신과 비리의 온상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정당의 텃밭에 공천장이라도 받게 된다면 이는 곧 노력없이 당선증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 텃밭이 아니더라도 정당 지지표는 후보자들에겐 목숨과 같이 귀한 것이다. 
  총선 공천이 있을 때마다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방식의 정당 공천제도는 외국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 공천탈락은 죽음과 같은 좌절을 안겨준다.
  그래서 요즘 공천과 관계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천에서 배제 되었다는 발표가 나면, 억지춘향처럼 안나오는 눈물을 흘리며 애써 발광을 하는 꼴불견을 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봉두완이란 TBC(동양방송)의 스타 앵커가 81년 민정당 공천으로 서울 용산·마포에서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85년 재선됐고 89년 실세 박철언의 지원을 받은 인물에게 지역구를 빼앗겼다. 
  공천 탈락이라는 고통 속에 한동안 방황해야 했던 그는 한때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좌절했지만 고 김수환 추기경이 그에게 "국회의원이 세상의 전부인가.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사업을 하시라"고 권유했고 그는 마음을 비우고, 라자로돕기·천주교한민족돕기 회장으로 봉사활동에 전념하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윤환 의원의 경우 공천에서 탈락하자 민국당을 만들어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고 암에 걸려 사망했다. 이처럼 공천과 낙천은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
  선진국이나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다선이나 고령 또는 부자관계나 형제관계 때문에 공직후보 공천에서 배제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미국의 경우 정당은 공천권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 민주당 또는 공화당의 당 대표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당의 공천제도가 없어도 민주주의가 잘 실천될 수 있다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승은 단순히 죽음의 공간만은 아니다. 생명의 공간이기도 하다. 저승에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해 이승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지만 저승에서는 명부를 고쳐 수명을 연장해 줄 수도 있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꽃(다부살이꽃)과 약수가 있다. 저승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승보다 우위의 공간이란 것이다.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들에 관한 많은 설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생사여탈의 권리를 저승사자가 아닌 저승에서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정명(定命)이 차서 저승에 갔다고 해도 저승에서 어떤 인정으로 인해 내보내주면 이승으로 다시 나올 수도 있다는 설화다. 
  불교의 우주관은 흔히 사성육범(四聖六凡)이라 하는 십계(十界)로 정형화되어 있다. 사성은 불(佛), 보살(菩薩), 성문(聲聞), 연각(緣覺)으로 깨달음의 경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육범은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을 일컫는데, 깨닫지 못한 자들은 이 여섯 세계를 윤회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육도윤회설(六道輪回說)이란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이번 4.13총선 예비후보들에게도 같은 말을 권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만이 세상의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고 일성으로 호령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국민들은 ‘물이 스며드는 듯이 하는 참언은 받아들이고, 살갗에 파고드는 찬바람처럼 선동하는 호소를 물리친다면 명철하다 할 수 있겠다.
  또한, 물이 스며드는 듯이 하는 참언과 살갗에 파고드는 듯한 거짖호소를 물리친다면 멀리 앞을 내다본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이 말을 다시 한 번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국회를 바라본다면 그들의 음모가 눈앞에 훤하게 보일 것이다. 
  “방패로 창을 막으면 창은 부러지지 않고 실수로 허공을 찌르다 땅에 부딪히면, 창은 부러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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