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종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충주시협의회장
   독일의 통일을 주도한 자민당은 당명(黨名)이 상징하듯이 독일정당 중 가장 우파적이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선명하다. 개인의 자유존중과 시장경제의 경쟁원리를 핵심적인 당 이념으로 삼았다.
  기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정부재정(財政)의 건전성을 중시하고, 복지포퓰리즘을 견제하면서 좌파인 사민당(社民黨)과 공동으로 정권을 구성할 때는 사민당의 브란트와 슈미트 수상이 대(對)동독 유화정책을 펼 때, 자민당은 대(對)동독 정책이 너무 왼쪽으로 나가지 않도록 견제하였다
  브란트의 동방정책에서 콜의 독일통일까지 서독의 외무장관은 자민당(自民黨) 출신 한스-디트리히 겐셔(Hans-Dietrich Genscher)였다. 그는 1972년에서 1994년까지 16년간 외무장관직(2년간은 내무장관)을 맡으면서 1989~1990년의 독일통일 작업을 콜 수상과 함께 주도하였다.  
  1927년생인 그는 동독에서 살다가 어머니를 떠나 서독(西獨)으로 탈출해 자민당에 입당하였다. 나치와 공산주의의 인권탄압을 체험하고, 그 자신은 이산가족이 되었으니 그의 정치 생활에서 인권(人權)은 핵심적인 주제였고, 분단(分斷)국가의 정치인이 인권과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연설은 감동적이다. 
  “데탕트(동서화해)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지만 독일인들에겐 삶과 직결된 매우 현실적인 정책이다. 당장은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면서도 바람직한 것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독일인들은 데탕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더 많은 인간 접촉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1975년의 헬싱키 선언은 소련과 동구 공산권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공통된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기초로 하여 유럽의 현상유지와 평화공존, 그리고 인권(人權)보호 등의 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역사적 문서이다.
  헬싱키 선언을 만들어내는 다자간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겐셔 외무장관이고 그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한 게 자민당이었다. 늘 제3당이던 자민당은 선명한 이념무장과 겐셔라는 출중한 정치가 덕분에 기민당과 함께 독일통일을 이룬 것이다.
  통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과 삶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족을 방문할 수 있는가, 이산가족이 재결합할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결혼할 수 있는가, 유럽전부에 걸쳐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등등에 관한 것이 충족되어야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인권(人權)정책도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산가족끼리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가, 만난 뒤 재결합할 수 있는가로 그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동물원 쇼에 불과한 이산가족 상봉방식은 인권(人權)향상이 아니라 인권(人權)을 학대하는 것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 가족도 같이 살게 된 경우가 없으니 이는 정책이 아니라 쇼인 것이다. 겐셔의 기준으로 보면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식 화해와 협력 노선은 구체적인 삶의 향상을 가져오지 못하였으므로 파산선고를 받아야 할 가짜이다. 
  한국에는 보수층은 있으나(李明博 정부와 새누리당의 중도기회주의 노선에 의하여) 보수정치 세력은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30~60%의 보수층은 정치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정치적 배신만 당하고 있는 반면 더민주당, 국민의 당, 정의당 등 진보신당은 좌파 여론을 대변하기 위하여 경쟁하는데, 새누리당은 보수층을 버리고 이들 좌파정당과 경쟁하다가 정체성을 상실하였다. 아무리 잘 봐주어도 새누리당은 중도좌파 정당인 것 같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새누리당은 본처를 버렸다가 애첩한테도 버림받았다. 30여%의 골수 보수층은 보호세력도 대변세력도 없는 상태에서 벌거벗겨져 있어 독일 자민당(自民黨)과 같은 우파 이념정당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우파 이념당은 대한민국 헌법에 담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및 국가 정통성과 정체성을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가치로 삼고 자유통일을 지상의 목표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반(反)헌법적 종북(從北)이념으로 무장한 일부 야당이 왼쪽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그런 야당에 끌려가는 게 작금의 한국 정치상황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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