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영 상 (건국대학교 교수)
  1950년 9월 15일 우리 민족의 최대 비극인 6.25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66년이 지난 지금까지 크게 인식되고 있지만, 같은 날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한 양동작전으로 장사상륙작전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장사상륙작전은 경북 영덕군 장사리에서 시도된 상륙작전으로 학도병 772명이 문산호를 타고 장사에 상륙하여 국도 제7호선을 봉쇄하고 조선인민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데 성공하였지만, 타고 간 문산호가 침몰하고 준비된 무기와 식량이 부족해진 상태에서 고립되어, 참전한 학도병들의 대부분이 전사한 가슴 아픈 역사이다.
  2014년 장사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영덕군에서는 300억원을 투자하여 문산호의 복원을 시도하였다. 장사해변에 길이 90m, 높이 26m의 크기로 문산호의 모습을 닮은 기념물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기념물이 2년이 넘도록 준공조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선상 전시관의 남쪽에는 수중방파제를 건설하였으나 북쪽에는 수중방파제를 건설하지 않아 배의 뒷부분을 파도가 들이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90억원의 추가 방파제 공사비도 문제이지만, 파손상태가 심해 수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큰 의미와 거액의 혈세를 투자한 역사문화관광사업이 문도 못 열어보고 좌초될 위기에 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전문가가 아닌 행정공무원이 설계와 감독을 맡아 부실을 자초했다고 하고 있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금 각 지역이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보하고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역사.문화.예술.관광.체육 등의 사업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사업은 관련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것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승화시킬 창의력은 물론 경제성 확보를 위한 경영능력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함께 요구되는 일이다. 때문에 이제는 문화.예술.관광.체육 등의 분야도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전문가가 담당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런데 일반행정가(generalist)가 중심인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는 문화.예술 또는 관광이나 체육분야의 전문가가 부족하다. 그리고 순환보직의 원칙으로 인해 장기간 한가지 직무를 담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이 문화.관광.예술.체육과 같은 특정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전문가로 성장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수천억원이 넘는 세금이 버려지거나 버려질 곳에 투자되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와 책임은 언제나 엄중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임자의 일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문화와 이미 투자된 예산에는 관심이 적은 주민과 유권자들이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철저한 성과평가와 책임론이 실행되기는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실명제가 제대로 시행되어야 하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에서는 단지 정책실명제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결국은 이들을 이끌 자치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의 지식과 경험에서 우러난 CEO형 리더십이 발휘되어 기획과 투자단계에서부터 바로 시행되고 교정되어야 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예술.관광.체육 등의 분야가 중요하고 이를 중심으로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해당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미래 비젼을 제시하고 집중 투자해야 하며, 해당 분야의 전문행정가를 양성해 나가야 한다.
  특히 자연훼손이나 사행성사업의 유치와 관련된 결정은 더욱 신중해야 하고 전문성을 갖춘 이들의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 이는 한번 시행되고 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들은 항상 정책의 수립과 집행 그리고 평가에 관심을 갖고, 비판과 견제 속에서 책임을 묻고 새로운 미래 비젼을 함께 논의하는 공존의 장을 펼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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