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교수
   우리는 가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두고 ‘장강’을 인용해 표현하기도 한다. 거대한 장강의 흐름이 ‘앞물결’이 ‘뒷물결’을 끌고 가는 것인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인가? 물이란 지구의 중력에 의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지만 가끔은 ‘앞물결’과 ‘뒷물결’을 나누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몇 차례 이와 같은 질문을 했었다. 공교롭게도 시대조류가 진보성향이 강했을 때는 ‘뒷물결’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았고, 사회적 분위기가 보수적일 때는 ‘앞물결’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강물은 ‘앞물결’과 ‘뒷물결’을 모른 체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세월 또한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고 있고 역사의 변화 또한 세월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의 변화가 순방향일 때 우리는 발전이라고 하고 그 반대일 때 우리는 역발전 또는 퇴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방향이 발전을 향한 순방향인가?
  정치발전에 관한 상황분석이론인 한정일 교수의 ‘4차원의 시.공간론’을 보면, 1차원은 당위성(sollen), 2차원은 현실 상황과 존재(sein), 3차원은 단위체의 특성, 4차원은 시간의 가속화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한 국가나 사회 또는 조직의 발전은 그 단위체가 처한 상황과 환경 그리고 전통과 특성 등이 고려된 상태에서 그 단위체의 존재이유나 역할당위성에 적합한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될 때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가속화 요인의 작용에 따라 그 발전의 속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 시대와 사회의 정의와 가치에 따라 타당성의 기준이 정해지고, 역사의 변화가 발전인지 퇴보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의 생명과 발전의 지속을 위해서는 미래지향성에 대한 판단이 함께 요구된다.
  지금 우리시대 세계적 차원에서는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의 평화와 건강한 삶, 국가차원에서는 번영과 통일, 지역차원에서는 문화와 경제의 활성화 또는 시민들의 편익과 미래를 위한 보존, 그리고 친목단체나 동문회 같은 작은 조직에서는 설립 목적과 취지 그리고 화합과 친목 등을 위한 방향이 발전을 위한 순방향이 될 것이다.
  오랜 전통농경사회적 특성을 간직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아직도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강조되고 절대적 상명하복의 관습이 잠재되어 있다. 특히 전제군주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권위주의 통치시대를 겪어오면서도 서구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여 온 우리 사회에서는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우선시하는 윗세대와 새로운 민주주의와 평등을 교육받아 온 아랫세대간의 갈등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건강과 수명의 연장 때문인지 몇몇 조직이나 모임에서는 20여년이 넘는 기간을 소수의 인원이 변함없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직들에서는 집행구조의 정체성과 경직성으로 인해 새로운 구성원의 유입이 축소되고 조직이 노후화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한다. 조직도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같다. 흐르지 않는 물과 같이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은 언젠가는 썩고 무너지게 되어 있다. 조직이던 사회이던 새로운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순방향으로의 변화가 계속될 때 조직의 목적 달성과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을 시도할 때 옳은 일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고, 조직과 사회의 목적과 취지에 적합한 것인지, 미래를 위한 것인지를 헤아려야 한다. 위계질서만 따지거나 상명하복만 강요하고, 옳고 그름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잘못된 명령을 무조건 수행해야하는 범죄집단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앞물결’이 끌고 가던, ‘뒷물결’이 밀고 가던, 세월은 도도히 흐르고 있다. 이러한 세월의 흐름을 따라 조직과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이익이나 주도세력 소수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정의로움과 궁극의 목적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방향으로 당연히 결정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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