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경찰서(서장 이길상)가 코리안드림을 좇아 한국에 왔다가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채 건강까지 잃은 몽골인 부랑자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충주서에 따르면 보안과 박기섭·정태경 외사관은 지난 3일 몽골인 렌첸 씨(44)의 신병을 서울 한남동 주한몽골대사관에 무사히 인계했다.
 렌첸 씨는 지난해 12월 의료관광비자를 통해 입국한 뒤 일자리를 찾아다녔으나 실패하자, 속상한 마음을 술로 달래며 엄동설한에 한 달 이상을 노숙으로 전전했다.
 지난달 30일 만취상태로 경찰에 발견돼 부랑자 임시보호소에 보호 조치됐지만, 술병을 놓지 못하다 결국 급성 간경화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에 박 외사관 등은 시 복지정책과와 협조해 생명이 위독한 그를 충주의료원에 입원시켜 가까스로 위급상황을 수습한 뒤, 몽골대사관에 신병을 인계했다.
 특히 박 외사관은 병원비 150여만 원을 시 긴급의료비로 처리하도록 조치하고, 자국민 신병 인수를 거부하는 몽골대사관을 설득해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렌첸 씨는 구호조치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을 경우, 불법체류자로 떠도는 신세가 되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했던 상태였다.
 박 외사관은 "성공을 위해 낯선 타국 땅을 밟았다가 좌절한 가장의 모습이 씁쓸하다"면서 "충주도 4700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데다 점점 증가 추세인 만큼 외국인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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