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유성현

   이맘때이면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진다. 출가해 장성한 자식들이 식구와 함께 하나둘 큰집에 모인다. 

 거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떡국을 먹고 세상살이를 얘기하며 울고 웃기… 그런데 이 그림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선물 아니겠는가? 명절날 가족 간, 이웃 간에 서로의 ‘정’(情)을 교환하는 건 일상적 풍경이다. 설, 추석이 다가올수록 취향을 맞추느라 고민이다. 선물을 단순한 물품이 아니라 성의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트엔 통조림부터 기호식품까지 갖은 상자들이 만리장성을 이루고 있다. 정(情)의 민족, 대한민국! 따뜻한 이야기지만, 그림자는 있다. 잘못하면 온 나라가 금품?향응 제공의 복마전(伏魔殿)이 돼버린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0위에 머물렀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제정된 지 4년 가까이 되나 공직불신이 근절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공무원 청렴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쟁력과 브랜드에 척도가 된다. 어느 나라, 어느 정부건 공직기강은 도마 위에 올라 왔다.
 청렴의 중요성은 국민, 주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무원 혹은 정치인에겐 특히 강조된다. 공직선거법은 기부행위를 ‘선거구 안에 있는 자 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게 재산상 이익 제공 또는 그 의사의 표시’라고 정의하여 일부 예외를 제하고 금지했다. 제공받은 자에게도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여 규제해왔다. 반대로 기부행위 등의 위법사항을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최대 3억원으로 인상하여 적극적인 시민 감시를 유도하고 있다.
 법을 통해 절차?처벌과 틀을 결정하는 건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법률은 사후적 성격이 강하고 맹신하다간 사법(司法)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 민주의식 배양을 통한 예방도 병행돼야한다. 오늘날과 달리 과거 고무신과 막걸리에 표를 팔기가 비일비재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민주의식 부재는 선거를 왜곡하고 전(全) 구성원에게 피해를 초래한다. 우선적으로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시민교육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거연수원을 통해 비단 위원회 직원뿐만 아니라 교원?청소년 대상의 교육으로 교실 민주주의에 기여했다.
 다문화가정 및 여성 대상 정치참여강연 등 저변확대도 도모했다. 그 밖에 선거방송을 개국하여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TV,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기부행위의 준동은 다가오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3.13.)에서 특히 주의된다.
 지난 십년간 1,421건의 조합장선거 위반행위 중 562건이 금품?음식물 제공이었다. 40% 가까이 되는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조합장선거 입후보 예정자가 작년 추석을 앞두고 조합원에게 5만원 상당의 참치, 햄, 식용유 등을 배부해 선거운동 목적 매수 행위로 고발당한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고가의 선물세트를 돌리거나 조합의 경비임을 명시하지 않는 등의 저촉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 앞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돈 선거의 발본색원(拔本塞源)을 결의한 만큼,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가 진일보한 의식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대개 사람사이의 정을 따듯함에 빗대 말한다. 계절만큼이나 사람 속도 꽁꽁 언 때지만 올해도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기록했다는 낭보가 들린다. 당연히 선물로 정을 표현하는 행위가 절대악은 아니다. 친지간, 이웃 간의 유대를 끈끈하게 만들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불씨가 언 손을 녹이지만, 온 산을 다 태워버리듯. 진정 이번 명절이 양손보다는 마음이 더욱 따듯한 시간이 되었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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