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하 선임기자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고 약속은 못합니다. 또 있을 수 있어요. 일을 많이 하다보니까. 그러나 분명히 약속드릴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단 약속은 못 드리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직하게......”
 내 눈을 의심하고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닐까 의아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조길형 충주시장이 지난 18일 오전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 없이 27억 원대 옛 한전수안보연수원 토지 무단 매입한 것과 관련해 공식사과하면서 재발방지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법대로’ 시장의 발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지방분권 시대 지방자치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어 놓을만한 일대 사건을 아주 가볍게 인식하는 태도도 문제이지만 그를 드러내놓고 지원하는 일부 우군 기자들의 보도도 시중 화젯거리다.
 조 시장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원칙주의자로 매사에 꼼꼼하고 사리분별 정확하며 빈틈이 없는 합리적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알고 있다.
 자존심도 유난히 강하고 남에게 아부하거나 굽히는 성격이 아니란 것도 잘 안다. 그가 충주시장 재임한지 6년 가까운 동안 90도로 깍듯이 절하며 공개사과 하는 것을 처음 봤다.
 
진정성 있는 반성은커녕 변명만 늘어놓기 바빠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고 단순치 않다는 것을 알고 사과를 한 것 아닐까?
아니면 임기응변식의 미봉책으로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날 사진으로만 볼 때 참 멋져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에 불과할 뿐, 조 시장을 향한 책임감 있는 목민지도자란 기대감은 그날 밤 모 방송 저녁 뉴스를 보면서 완전 사라져버렸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드리기는커녕 시민들을 향한 일종의 자기 합리화 메시지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일을 열심히 하려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수도 있으니 그냥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당부하는 듯 했다.
 특히, 이 문제를 비리로 연결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것을 보고 두 번 놀랬다. 
 조 시장이 기자회견할 때 까지만 해도 더 정확히는 의회승인 없이 무단으로 토지를 매입한 것이 들통 나기 전까지 누구도 비리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 시장은 무슨 뜻으로 이를 언급했는지 모르나 마치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뉴스 자막을 읽어 나가면서 순간 쇠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했던 내가 역시 부질없는 짓을 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씁쓸했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아, 조 시장이 말한 정직은 허상일 뿐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 없이 사업 토지를 무단 매입한 것과 관련해 사업 주관부서 책임자는 기획예산과에, 회계과는 사업주관 부서에, 시장은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회피하는 상하 또는 동료 관계를 보면서 공직사회의 어두운 두 그림자를 보는 듯했다.
 분명 조 시장은 지난 3월 23일 더 정확히는 3월 19일 제242회 임시회 본회의 때 수안보 도시재생 뉴딜사업 편입 토지 매입 안건은 시의회가 부결시킨 것을 알았다. 그 때 몰랐더라도 그날 보고를 당연 받았을 것이다.
 안 받았다면 진짜 이상한 비정상적인 조직일 수밖에 없다. 함께 행정복지위원회에 참석했던 회계과장은 부결된 것을 알았지만 사업 주관 부서장인 도시재생과장은 주차장 부지만 재검토하라는 것으로 알았다면 누구 말이 맞겠는가?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조 시장은 24일 결재를 했다면 누가 믿겠는가? 몇 천 만원도 아닌 수백 억 원 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참모들끼리 손발이 안 맞는다면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작동하는 조직으로 보기 힘들지 않겠는가?
 특히, 뒤늦게 관리계획승인 없이 무단으로 매입한 것을 알았던 조 시장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부하들을 위한 길 이었을까? 시치미 뚝 떼고 모른 채 침묵하는 것이 책임 있는 지도자인지, 아니면 스스로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부하들을 살려야 옳은 길인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하물며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고 책임이라고 사과한 것이 진정이라면 차라리 내가 다 지시한 것이라고 독박을 쓰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거짓은 또 거짓을 낳을 수밖에 없고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 역시 시민들의 가슴에 와 닿지도 않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다.
 충주시 역사상 처음으로 민이 주도해 수백 억 원의 사업을 따낸 전무후무한 사업을 놓고 22만 충주시민 모두는 간절히 바라고 싶다. 비단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의 실수 아닌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사업은 예정대로 끝까지 순항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수안보 도시재생 뉴딜 주민협의체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 모두, 그리고 수안보 주민들 및 이를 추진해 온 충주시 공무원 여러분은 진정 이 시대 우리들의 영웅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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