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신문]  충북 청주의 A 종합병원이 최근 ‘심장내과 의사에게 연봉 10억원을 주겠다’는 2차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일보 캡처
조선일보 캡처

  국내 첫 어린이 전문병원인 서울 소화병원은 의사 부족으로 이날부터 휴일 진료를 한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도 2020년 68.2%에서 지난해 27.5%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의대생들은 워라밸과 고액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 인기 전공인 안과·피부과·성형외과에 들어가려고 전공의 시험 준비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필수 진료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환자 진료를 제대로 못 하는 병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은 3억6000만원 연봉을 내걸고 5차례 공고 끝에 1년 만인 지난달 초에야 내과 전문의를 구해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강원도 속초의료원도 지난 1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3명이 퇴사해 응급실을 주 4회 단축 운영해 왔다. 연봉 4억원을 줘서 4월에야 겨우 응급실 의사 3명을 충원했다.

 경북 울릉군보건의료원도 2년 전 연봉 3억원을 내걸고 9차례 공고 만에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의사를 구했다. 둘 다 70세가 넘은 퇴직 의사였다.

 보건복지부가 올 2월 응급수술과 소아 진료, 분만 등 필수 의료 분야의 수가를 야간이나 공휴일엔 최대 200%까지 인상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필수 의료를 하고자 하는 의사들이 계속 일하도록 하려면 수가 인상으로 적정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지만 연봉 10억원에도 의사를 못 구한 청주 A 병원 사례를 볼 때 수가 인상만으로 의사 구인난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 부족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2006년부터 18년째 그대로다. 정부가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때 의사들을 달래려고 당시 의대 정원을 3500명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2021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한의사 제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에도 크게 뒤처지는 최하위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작년 말 “2035년이 되면 소아과를 비롯한 전체 의사 수가 수요보다 2만7232명 부족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300~500명을 늘려 2000년 수준을 회복하려 하지만 졸업 등을 감안할 때 필수 의료 인력이 추가 확보될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편, 충주시는 그동안 각종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정치인들이 수차례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설립을 들고 나왔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아 무산됐다./김선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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