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이 사회복지사
권영이 사회복지사

  2020년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16개월 된 아이가 사망했다. 어린이집과 병원 등에서 3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으나 경찰과 보호기관은 학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그렇게 정인양은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인이 사건 이전에는 아무 대책이 없었을까? 주요 아동학대사건으로 △2016년 평택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16년 대구·포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19년 인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20년 원주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20년 창녕 아동학대 중상해 사건 △2020년 천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21년 화성 아동학대 사망 사건 등 발생할 때마다 정부 대응책이 발표됐다.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사전에 찾아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2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아동 인구(0~17세) 기준 피해아동 발견은 1000명당 3.85명(3.85‰)으로 4년 전 수준이다.

 2022년을 제외한 지난 4년간 아동학대 피해 사례 발견율은 2018년 2.98‰, 2019년 3.81‰, 2020년 4.02‰, 2021년 5.02‰로 꾸준히 늘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미국 8.1‰(2021년 기준), 호주 12.4‰(2019년 기준)로 한국의 2~4배다.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 중 재학대율도 3년 새 꾸준히 증가했다. 재학대 사례란 첫 신고 이후 5년 안에 다시 신고 접수돼 아동학대로 판단된 것을 말한다. 2020년 11.9%, 2021년 14.7%, 2022년 16%로 집계돼 해마다 2%p 이상 늘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분노가 식어가는 동안에도 대안으로 세워진 아동학대 예방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에서 제시한 인력 기준은 아동학대 신고 건수 50명당 공무원 1명이다. 하지만 현재 17개 시·도 중에 7곳은 아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현재 경기도 68건당 1명, 울산 64.5건당 1명 등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아동학대 조사업무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고 조사와 사례 관리 업무 등을 분리했다. 현재는 각 지자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신고 사례를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가정에서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아동학대 사례 관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맡게 됐다.

 아동학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면 일단 많은 내용을 담은 정책이 발표되는데 어디서 구멍이 생긴 건지 면밀한 조사가 선행되야 한다.

 특히,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나 중대 상해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전체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학대피해아동쉼터도 아직 정부 목표치에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8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에서 당시 105곳인 쉼터를 2022년 140곳, 2025년 240곳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올해 8월 기준 쉼터는 136곳으로 지난해 목표치에도 못 미친다.

 아동학대 신고기준은 명확하다. 지난 2018년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이 명시한 신고 기준은 △울음소리·비명·신음이 계속되는 경우 △상처에 대한 보호자의 설명이 모순되는 경우 △계절이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계속 입는 경우 △뚜렷한 이유 없이 지각이나 결석이 잦은 경우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다.

 다만 기준이 있더라도 주변에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그저 '남의 집안일'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면 또다시 아동학대를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직관적인 피해가 아니더라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다면 아동학대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원천적으로, 아동학대는 결단코 뿌리를 뽑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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