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고독사가 고립사보다는 좋다. 혼자가 좋지만-고독사는 걱정입니다” 역설적인 '죽음 채비'…'홀로 죽는 자'에 대한 관심의 메시지로 들린다. 

권영이 사회복지사
권영이 사회복지사

 사람들이 무엇보다 싫어하는 죽음은 고립사다. 썩기 전에 발견될 수만 있다면 차라리 고독사가 낮다. 고독은 때로 인생에 평온함과 즐거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와도 인연을 맺지 않는 고립은 분명 힘든 일이다.

 ‘고립사’는 독거노인 왕국인 일본의 행정 용어다. 일본 내각부가 2010년 발표한 고령사회백서는 고립사를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숨을 거둔 후 상당기간 방치된 비참한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사후 며칠간 발견되지 못한 건 고독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됐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고립사한다. 자식, 손자와 함께 생활하는 집 2층에 기거하던 노친이 사망하고 이틀이나 지난 뒤에 발견되기도 한다.

 중증 치매를 앓던 부인이 남편이 죽은 사실을 모른 채 오래 방치하면, 그것 역시 고립사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머리맡에서 가족이 다투는 모습을 본 사람도 고립사에 가깝다. 가족에게 둘러싸여 무연고 사회를 살아온 것이다.

 고령화가 심화한 요즘 독거노인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서비스가 있지만, 고령화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늘어났고, 수급자 가운데에는 예상보다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은퇴 생활이 길어지면서 저축은 바닥나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어 노인들이 빈곤해지는 것이다. 어지간한 부유층이 아니라면 일본에서는 장수는 행복이 아니라 위험 요인이 된지 오래다.

 편안한 죽음은 무엇인가. 첫 번째 희망 사항은 심장마비로 즉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암에 걸려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적당한 고통으로 죽는 것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 시기를 통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암에 걸려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

 늙어서 피하고 싶은 죽음 1위는 굶어 죽는 것이다. 특히 죽은 뒤 몸에 벌레가 뒤덮인 채 발견되는 것은 너무나 끔찍하다.

 죽은 지 3일 이내에 발견될 수 있게 하려면 하루에 한 번 이모티콘 메시지를 주고받을 상대를 만든다. 스마트폰 애플을 통해 인연을 만드는 것도 좋다. 신문 배달을 시키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행정 관청의 안부 확인 서비스도 있다. 24시간마다 안부 확인 메시지를 보내고, 회신이 없으면 지정해둔 긴급연락처에 전화한다.

 병원에서 죽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러나 중병 치료가 효과를 보여 3개월 이내에 죽지 않으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긴급 연락처, 장기 제공 의사, 유언장, 계약 관련 정보 등을 미리 등록시켜준다. 한가할 때 상조회사에 연락해 합장묘를 예약하는 것이 좋다. 무연고 독신자를 위한 합장묘를 운영하는 사원도 많다. 무관심 속에 잡초만 무성해질 공원묘원은 기대하지 말자.

 유골을 캡슐에 담아 지구 궤도를 돌게끔 쏘아 올리는 '우주장' 같은 사치스러운 장례는 언감생심이다. 사후에도 인터넷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남기고 싶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추모 계정을 이용하면 된다.

 죽음에 드는 비용을 사망보험금으로 충당하고 싶지만, 수취인을 2촌 이내의 혈족으로 지정한 제도는 못마땅하다. 다른 사람으로 지정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혈연보다는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하다. 혈연은 때로 저주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 저출생, 고령화와 함께 생애 미혼율이 높아지면서 죽는 방법을 찾는 여정의 끝에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도 없다는 게 현실이 된 만큼, 정치가나 행정가들이 머리를 맞대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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