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목소리는 수 없이 언론과 전문가들이 강조한 사안이다. 그 말은, 이제 어르신 간병에 대한 고민은 남의 얘기와 이웃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고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 권영이 사회복지사(충청장례문화원장)
▲ 권영이 사회복지사(충청장례문화원장)

  정부가 최근에 개인이 부담하는 간병비를 줄여주겠다며 대책을 내놨다. 거기엔 뭘 담았고 또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간병 지옥’, ‘간병 파산’ 이런 얘기까지도 나오는 실정에서, 간병비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기에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일까?

  보통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간병인을 단독으로 고용하면 400만 원 정도의 간병비를 부담해야 한다. 4명의 환자가 간병인 한 사람을 공동으로 쓰면 100만 원 정도의 간병비를 부담해야 되는 상황이다. 요양병원 병원비로 개인이 내는 돈이 50만 원쯤 되니까, 4인 간병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00만 원을 내면 사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병원비보다 간병비가 2배나 더 많은 상황이다.

  간병을 해야 하는 어르신이 계시고 또 집에 학원에 가야 하는 자녀가 있으면 그때는 정말 대책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당정협의로 국민 간병부담 경감방안을 내놨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뼈가 부러지거나 수술을 받거나 했을 때 종합병원 같은 데 입원하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라고 하는 걸 받는데. 이게 시작된 지 9년쯤 됐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병원 병상 중에서 30%밖에 간호간병이 적용되지 않는다. 

  나머지 70%는 지금 입원환자가 간병이 필요해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라고 하는 걸 못 받게 되어 있다. 이것을 정부가 50% 이상으로 2027년까지 높이겠다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분들 중에서 장기요양보험 1, 2등급인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 분들이면서 동시에 질병이 중증인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간병비를 적용하겠다는 거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니고 적용하기 위한 시범 사업을 2027년 1월까지 하겠다고 하는 게 내용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간병 지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라’ 또는 보건복지부가 ‘간병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라고 발표를 했는데 내용적으로 보면 그에는 훨씬 못 미치는 약간 미흡한 수준의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노인분들이 대부분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데,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노인 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중에 1명만 계속 요양병원에 있겠다고 하고 있어 요양병원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들이 집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의 돌봄 시간을 늘려주고 돌보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간호사나 의사가 왕진 와서 건강도 관리해주고 이런 재가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같이 나왔어야 했다.

  노인요양에 종사하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요양시설에 계신 분들 10명 중에 10명이 계속 집에 가겠다고 하셔서 그게 가장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치매 어르신도 가족은 못 알아봐도 집에는 가고 싶다는 말씀부터 먼저 한다.

  우리나라 간병비 전체 규모가 10조 원이라고 얘기하는데 요양병원에 입원한 모든 노인들 또 종합병원에 입원한 모든 환자들을 다 간병을 할 때 이야기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노인 분들 중에서 앞서 정부안대로 1, 2등급의 일상생활을 혼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노인들, 또 병이 아주 중한 분들만 대상으로 하면 1.5조 원 정도를 매년 들이면 간병을 할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지금 건강보험에서 쓸 수 있다고 쌓아놓은 돈이 20조 원이 넘는데 1.5조원으로 중증의 기능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들의 간병비만 우선적으로 한다면 사실 지금 쌓인 돈으로 10년 동안 간병비를 써도 남는, 부족하지 않은 돈이 쌓여 있는 상태다.

  간병은 주로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담당할 수 있을 텐데 현재 간호조무사는 취업률이 30~40%로 면허와 자격은 있는데 일하지 않는 간호조무사가 40만 명쯤 된다.

  요양보호사는 취업률이 더 낮아서 150만 명 정도가 자격만 따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분들이 일하지 않는 이유는 근로조건도 나쁘고 요양병원 같은 데 취업하면 한 사람이 많은 노인을 돌봐야 돼서 일이 힘들어 그 일을 안 하시는 분들이 많다. 

  선진국 수준으로 인력 기준을 올려서 요양보호사 한 사람이 노인 4명 정도를 돌볼 수 있게 만들어주면 현재 있는 유휴 인력들을 충분히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돈도 인력도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저작권자 © 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