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신문]  한국에는 선거철만 되면 인재영입이라는 이상한 캠페인이 등장한다. 평소는 인재에 관심도 없다가 선거철만 되면 모르던 사람들을 내놓고 인재라고 쇼를 하고 판을 벌인다. 개중에는 인재도 있고 재활용품도 있다.

  선거 때마다 다양한 인사들이 여야 얼굴로 나선다. 그 정당의 지향·가치에 부합하는 공천을 하고, 그런 인사를 내세워 선거에 임해야 하는 건 인재 영입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래야 민주주의도 강화되고 사회를 개혁·통합하는 정당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정당은 ‘모셔 오려는’ 인재들에게 영입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영입된 인재들이 그 정당의 노선·비전을 상징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인재 영입이 정당혁신, 정치개혁의 결과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포착된다. 

 먼저 당송 팔대가 중의 한유의 ‘雜說(잡설)’에 보이는 인재를 알아보는 伯樂一顧(백락일고)부터 하자.

 이 세상에 천리마(인재)는 늘 있다. 伯樂(백락)은 춘추시대 孫陽(손양)이라는 사람의 字(자)이다. 그는 말 감정가로서 천리마를 잘 식별한 것으로 이름났다. 그로부터 인재를 잘 알아보는 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伯樂一顧(백락일고·훌륭한 사람의 인정에 의해 크게 성가를 올림)는 백락이 한 번 고개를 돌려 보아주자 말의 값이 열 배로 뛰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然後(연후)는 그런 이후에의 뜻이다. 千里馬(천리마)는 훌륭한 인재를 비유한다. 唐(당)의 대문장가 韓愈(한유)는 천리마는 어느 시대에나 있으나 그를 알아보는 백락이 없어서 천리마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재능을 지니고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백락의 출현을 기대한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훌륭한 인재는 있다. 다만 훌륭한 안목의 인사권자를 만나야 제 자리에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진정한 인재를 발굴해 능력을 발휘시키지 못한다면 그는 인사권자의 자격이 없다.

 그러니 그 자격 여부를 알려면 주변의 인물을 보면 된다.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 하나는 훌륭한 인재를 찾아 그들의 힘을 충분히 활용하는 능력이다. 혼자서 온갖 능력을 다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을 이루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혹자는 자신을 과신하고 주변에 몰려든 사람 중에 말 잘 듣는 이만 모아 가르치기에 열을 올린다. 순종만 하는 말을 끌고서 앞서서 내달리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공을 이뤄주는 천리마가 필요하다. 그래서 백락이 있어야 한다. 백락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그가 고른 말을 보면 된다. 우리는 천리마에 둘러싸인 진정한 백락을 원한다.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에 투입할 충청권 인재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를 2월 7일 영입했다.

 신 전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땐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을 맡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충북지사 후보로 나서는 등 주로 여권에서 활동했다. 어떻게 보면 권력해바라기다. 양지만 좇는 전형적 권력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 대선후보시절 정책실무책임자로서 작금의 정책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결자해지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린스만 같은 씁쓸한 느낌이다.

 물론 상대방 진영 ‘적진’에 있었던 인물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자당의 반대자도 품지 못하면서 적진까지 품는 척 하는 것은 모순이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결합했던 ‘쌍두마차론’이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포용·화합론’을 폈던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반대 진영 인사를 영입할 땐 분명한 원칙이 있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폭을 더 넓혀줄 것”이라며 외연 확대를 기대했다. 신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 고위인사의 지역구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국가’ 탄생에 책임 있는 전 정권 인사들의 용단을 촉구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했던 인사를 품은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재관 전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장, 김제선 희망제작소 이사도 2월 7일 같이 영입됐다. 2022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천안시장 후보였던 이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 당시 정무특보단 부단장 이었다.

 김 이사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였을 때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장이었다. 이 대표 측근이 인재영입으로 무늬를 바꾼 것이다. 당 소속으로 공직선거에 출마했던 인물을 영입 인재로 발표한 것이다.

 대선 때 활약했던 이 대표 지근거리 인사를 총선에 등판시키기 위해 굳이 영입 일련번호를 붙이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유의 말을 다시 한번 들어 본다.

 “어느 시대에나 훌륭한 인재는 있다. 다만 훌륭한 안목의 인사권자를 만나야 제 자리에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진정한 인재를 발굴해 능력을 발휘시키지 못한다면 그는 인사권자의 자격이 없다.” 

저작권자 © 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