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도 끝나고 어느덧 봄기운이 가득한 나른한 주말이다. 남편은 토요일도 일을 가고, 두 아들과 남은 나 는 누워있지만 쉬는 게 아니다.
 "엄마, 일어나세요." "놀아 주세요" "영화 보고 싶어요. 엄마, 다른 친구들은 영화 봤대요..." 이때 설득력 있는 첫째 아들이 한마디 한다. "
 엄마, 가족끼리 가끔 영화도 보고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엄마가 제 세뱃돈 다가져 가셨잖아요.. 그 돈으로 보여 줄 수도 있잖아요." 에고머니 말 잘하는 우리 아들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번뜩 정신이 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할 때 쓰려고 남겨뒀던 세뱃돈이 아닌가!. "그래 영화 보러가자" 결혼하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영화관 출입이 없었던 내가 용기를 냈다.
 영화관에 가니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의 손을 잡은 엄마들이 빼곡 했다. 역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영화 상영중 내내 내 아이의 우렁찬 감탄 소리에 좀 부끄럽긴 했지만 이렇게 영화관에서 당당히 영화를 불 수 있을 만큼 자라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지금 시간도 우리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느라 힘들 남편에게도 고마웠다. 영화내용은 저주를 받은 언니를 동생이 목숨을 걸고 사랑으로 저주를 풀어준 내용이었다.
 끝나고 나오는데 영화 본 소감을 물어봤다. 평소 싸움이 잦은 아들들이 반성을 한다. "형을 너무 괴롭힌 것 같아요" "오해하지 않고 상의 해 보는 게 좋은 것을 알았어요"한다.
 이렇게 가족관계를 다시 생각 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보니 더욱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사랑이란 것은 너무 좋은 감정이다. 언젠가 설문 조사 중 '들으면 기분 좋게 하는 단어는 무엇' 인가를 들었는데, 그 중 사랑, 엄마, 젊음 등 이었던 것이 생각난다.
 마음에 사랑이 부족하면 너무 가난하고, 슬퍼지는데 그것을 이런 영화로 채울 수 있으니 감사하다. 그리고 나오면서 깜찍한 생각을 해 보았다.
 바로 부모님을 위해 영화 티켓 예매하기였다. 우리들을 모두 출가 시키시고 한동안 우울해 하셨던 부모님들을 보며 더 잘 해드리겠노라 다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부모님들이 보시면 좋은 영화를 찾아보았다. '청춘을 돌려 다오'는 노래를 즐기시는 부모님에게 젊음을 느끼게 해 드릴 것으로 골랐다. 며칠 뒤 약속시간에 나타나실 소녀 같은 부모님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두근거리며 기대가 된다.

저작권자 © 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