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윤(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인 관피아가 세상에 드러났고, 대통령은 이 관피아와 전쟁을 선언하였다.
 신조어인 관료+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란 용어가 있기 전부터 관피아의 대표인 모피아(MOFIA: 재무부+마피아)는 비공식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모피아는 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 출신의 관료가 정계, 금융계 등에 진출하여 국가정책이나 관련 이익집단의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집단을 의미하였다.
 신조어로 관피아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관피아는 현직 고급 관료나 퇴직 관료가 공익보다는 사익을 위하여 특정기업이나 집단 이익을 대변하는 연고 집단 중심의 비공식 집단을 의미한다.
 즉 관피아는 퇴직 관료와 후배 관료 간에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형성된 은밀한 커넥션으로 현직 관료가 협회나 기업의 이권을 보호하고 눈감아주는 대가로 퇴직 후의 노후를 보장받는 제도화된 관행의 산물이다.
 이탈리아 국립 로마대학에서 2014년 마피아 강좌를 개설하자 500명 이상의 수강생이 몰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서 한 수강생은 “이탈리아를 잘 이해하려면 마피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했단다.
 똑같이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관피아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피아의 기본 특성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관피아 내에는 마피아와 같은 파벌문화(Clan culture)가 존재한다. 파벌문화는 전통, 집단에 대한 충성심, 개인적 헌신, 팀워크, 사회적 영향력 등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의 관피아를 유지하는 파벌문화는 학연, 지연, 혈연, 정치적 계파 등의 1차 집단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교육 관련 교피아는 서울사대 출신이, 철도 관련 철피아는 철도고와 철도대가, 해피아는 특정 해양대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장은 지연을 바탕으로 한 정권 창출 주역들의 몫이다. 
 둘째 관피아는 사회 엘리트 집단을 형성하는 기본적 힘이다. 관피아는 1:99%의 사회구조에서 1%의 집단을 형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회적 힘이 된다. 관피아는 관료를 기반으로 해서 정권이 바뀌어도 그 권력은 재생산되면서 존속한다.
 우리 사회의 강력한 관피아는 관료집단 내에서도 1%의 소위 권력부서와 고위관료의 영역이 되고 있다. 대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검찰·법원 등 법조계와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당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 인사는 전체 이사의 37%, 관료 출신 이사 가운데 62.5%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 관피아는 정부의 지대추구 행위를 가져온다. 정부는 특정인이나 기업에게 배타적 경제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권리를 가진다.
 기업이나 이익집단은 이러한 지대를 얻기 위해 관피아를 통하여 로비활동을 한다. 이러한 지대추구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가진 자 중심의 국가 운영으로 1:99% 사회를 재생산한다. 관피아는 가진 자 편에 기생하면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자기 보신을 추구하는 쁘띠 부르주아의 특성을 가진다.
 신세계 그룹의 사외이사는 100% 관피아 출신이라고 한다. 대주주 일가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억제하기 위한 사외이사제도가 관의 조사·감독 등 사정작업이나 각종 규제에 대한 방어 수단이 되고 있다.
 넷째 관피아는 소위 ‘회전문 이론(Revolving Door Theory)’을 매개로 유지된다. 회전문이론은 미국에서 군 장성이 은퇴 후에 국방부 관리가 되고, 임기가 끝난 후 다시 방위 산업체 간부가 되어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빗대어 생긴 말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고위 관료로 퇴직하면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의 사장, 이사, 감사 등이 되고, 임기가 끝난 뒤에는 관련 대기업의 고문, 사외이사, 대형 로펌의 고문이 되어 관련 기업의 로비스트로 활동한다. 
 다섯째 관피아의 논리는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단순히 돈과 관련된 기업뿐만 아니라 이권과 권력이 존재하는 모든 분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법조계의 끊이지 않는 전관예우, 정치권의 전략 공천, 인맥과 학연에 좌우되는 문화 예술계의 심사와 선정 이외에 기업의 인사와 운영에도 만연되어 있다.
 관피아는 중앙행정에만 존재하지 않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조사에 의하면 7대 광역시 산하 지방공기업 기관장 28곳의 기관장과 이사진 선임 현황을 분석한 결과 18명(64%)이 해당 지자체의 관료 출신이라고 한다.
 기관장을 제외한 상임이사나 감사도 지자체 관료출신이 57%에 달하고 있다는 통계이다. 지자체의 관피아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역에서 관피아가 되기 위해서는 줄서기를 잘해서 회전문 인사’에 발탁되어 직장의 생명을 연장한다. 
 지난해 여름을 더 덥게 한 원전 비리 뒤에는 ‘원피아’가 있었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세월호는 ‘해피아’의 작품이며, 서민의 피와 땀이 서린 예금을 휴지조작으로 만든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의 사기극이고, 국민의 세금으로 부채를 메우려는 4대강 사업은 대통령까지 동원된 관피아의 결정판이다.
 관피아는 우리 관료사회와 전체 사회에 제도화되고 고착된 하나의 문화가 되어 있다. 문화는 대통령이 전쟁을 한다고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변화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 변화는 가진 자와 관료의 건전한 공공의식이 형성되어야만 바뀔 수 있고,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에 의해서 변화하여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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