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윤(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선거 천국 충주에 다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다섯 번째 재·보궐선거다.
 2004년 이시종 시장이 중도 사퇴하고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시작된 충주의 재·보궐선거는 2006년 한창희 시장이 출입기자 촌지 사건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재선거가 치러졌다.
 이어서 2010년 이시종 지사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충북도지사에 출마하면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2011년에는 우건도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되면서 재선거를, 그리고 이번에는 윤진식 국회의원이 도지사 출마로 보궐선거를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런 재·보궐 선거의 오명을 가지고 있는 지역을 보면 전남 화순군, 경북 영천시와 청도군과 함께 충주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궐선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선거직 공무원이 임기 중 사망하거나 기타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 실시한다. 재선거는 임기가 시작되기 전이나당선 무효 확정 판결이 있을 경우에 치러진다.
 즉 보궐선거는 선거가 유효한 경우이고, 재선거는 선거가 무효인 경우에 시행되는 선거를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재·보궐선거의 이유를 보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가 되거나 다른 공직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 사퇴하는 경우가거의 90%에 달한다.
 특히 기초단체장의 경우 4개 지역 중 1개 지역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특히 웃지 못 할 일은 다른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하여 공천을 받지 못하자 재·보궐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사례까지 일어나고 있다.
 재·보궐선거는 일반선거와 달리 낮은 투표율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재·보궐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을 가진다. 영국의 경우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고 한다.
 예로 1922년부터 1977년까지 실행된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은 4승 126패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의 재·보궐선거도 선거 시점의 정치적 상황이나 쟁점,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또는 대선이나 총선의 전초전성격을 가진다.
 이에 중앙당의 적극적 지원과 개입이 있다. 이에 이번 충주 보궐선거도 중앙당 대표와 소위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내려와서 후보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지역주의와 같은 선거구 특성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재·보궐 선거의 결과는 선거 시점의 전반적인 여론을 반영하는 하나의‘정치적 지표’가 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2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재·보궐선거에 쓴 세금만 560억 1,743억 원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을 제외한 자치단체장과 자치단체 의회 의원 선거와 관련된 비용은 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된다.
 대부분 자치단체는 이 비용을 예비비에서 충당하게 되는 데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의 경우 재·보궐선거로 지방재정 운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재·보궐 사유를 제공한 정당은 해당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게 하거나, 재·보궐 선거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는 등의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몇 번 발의되었지만, 지금까지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알 듯이 국회의원들이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입법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재·보궐선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과 정당에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당은 임기 도중 낙마하거나 사퇴한 정치인을 다시 공천하지 않아야 하고,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공천한 정당에 대하여는 선거비용만큼 정당 보조금을 삭감하여야 할 것이다.
 때로 2년 이내의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하지 않도록 하여 지역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실제 독일은 단체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경우 선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민이 대표를 잘못 뽑았으니 그 책임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선거법으로 처벌을 받은 출마자에 대하여는 선거 때 보전받은 비용을 반환하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의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보면 선거를 하지 않아도 될 선거를 하고 있다. 올바른 공천과 올바른 투표만 있다면 재선거가 있을 수 없고, 보궐선거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자질을 첫 번째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질 이외에 문제가 되는 것은 유권자의 선거 능력도 문제이다.
 전남 화순군의 경우 2002년 임호경 군수가 선거법으로 낙마하면서 2004년 재선거에서 임 군수의 아내가 군수로 당선되었다. 명분은 낙마한 사람의 명예회복이란 그럴듯한 이유이다. 충주의 경우도 재·보궐 선거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국회의원과 도지사로 선출하였고, 재·보궐 선거에 원인을 제공하는 데 이바지한 정당을 다시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권자의 정치행태가 변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재·보궐 선거를 용인하고 때로는 유도하는 정치체제가 지속하는 한 하지 않아도 되는 재·보궐선거는 지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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