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영상
     
 

1. 경부선에서 중부내륙선으로 국가발전축의 이동
  요즈음 서울지역에서 늦은 시간에 충주로 돌아오다 보면,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차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대형 화물차나 트레일러들이 많은데 이러한 대형 차량들에게 둘러싸이게 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럴 때면 마치 사방 높다란 철벽에 갇힌 것 같은 답답함과 함께 대형 사고의 우려가 갑자기 몰려오곤 한다.
  한창 국가균형발전을 이야기하던 시절부터 나와 생각이 같은 일부 학자들은 경부선의 혼잡과 포화 상태를 지적하고 이제는 중부내륙선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금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논의는 주춤하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교통량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면서 그리고 중부내륙고속도로 4차선 확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언젠가는 중부내륙선이 새로운 국가발전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2019년이면 중부내륙선 철도가 충주까지 이어지고, 지금 늦어지고는 있지만 충청내륙고속화도로도 계속 추진 중이라고 한다. 또한 언젠가 통일이 이루어지면, 그리고 혹시 통일이 늦어지더라도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남북 간 철도협력이 잘 이루어지면, 중부내륙선은 부산에서 서울~평양~신의주를 거쳐서 만주와 중국대륙 그리고 시베리아를 지나 동남아시아와 유럽으로 들어가는 국내 최단거리 직통노선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내다보면, 중부내륙선 철도를 KTX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중부내륙선은 새로운 국가발전 축이자 세계 육상 교역의 중요 루트가 될 것이 확실하다.
2. 우리에게 중부내륙선 시대의 주인공이 될 자질은 있는가?
  이러한 시대 중부내륙선의 한가운데에 있는 충주는 어떤 모습일까? 중부내륙선의 발전과 함께 번영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지나쳐가는 차량의 혼잡과 매연만 뒤집어 쓴 채 그저 그렇게 머물러 있는 도시, 발전하기는 했지만 다른 도시들보다 한참 뒤처져 있는 그런 낙후된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최근들어 원주를 비롯한 인접 도시들의 급속한 팽창에 대해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그 도시의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이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그동안 해왔던 우리의 지역발전에 대한 의지와 행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까지도 모두 충주발전에 대해 관심도 높고 목소리도 컸지만, 정작 이러한 목소리는 하나가 되지 못하였고, 새로움도 없었던 것 같다. 시민들의 발전에 대한 욕구는 관 의존성이 지나치게 심한 반면에 지역발전에 대한 자주적인 의지는 부족하였던 같다.
  어느 유력 정치인이 중앙정부 예산이나 많이 따다 주거나 자치단체가 모두 다 알아서 만들어주길 바라고만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때로는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가 잘못해서 지역발전이 늦어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의 구성원들에게 정면으로 바른말이나 쓴 소리를 하는 이는 드물다.
  또한 자치단체와 공무원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선례답습 식 계획을 반복할 뿐 선도적·진취적 발전행정을 펼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수요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인근 자치단체 공무원들에 비해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당선용 공약과 성과 중심적 행태는 이미 보편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선임자의 정책을 쉽게 중단시키거나 변동시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특히 충주지역은 여러 자치단체장들의 국회의원 출마와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짧은 임기와 잦은 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지역의 특성과 문화에 적합한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기란 어려우며, 발전욕구에 대한 진정한 시민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대적 요구와 기회에 적합한 민주적 발전행정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낙후된 도시가 아닌 중부내륙선 시대의 중요 거점이자 최고의 도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의 솔직한 반성과 함께 시대적 요구와 기회에 필요한 준비의 노력이 전개되어야 한다.
3. 이제 우리의 고객은 수도권 시민과 전 세계인이다.
  앞으로 건설될 중부내륙교통망 가운데 현재 가장 가시적인 것이 2019년 충주까지 이어질 중부내륙선 철도이다. 철도는 고속도로와 달리 그 효과가 보다 직접적이다. 특히 중부내륙선 철도와 같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하철노선과 직접 연결되는 철도는 많은 수도권 시민들이 손쉽게 유입될 수 있는 루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철도가 개통된 온양이나 춘천의 경우를 보면, 무료로 승차할 수 있는 많은 노인분들이 놀러 오셔서 목욕하시고 국수 한 그릇 사드시고 그냥 돌아가신다고 한다. 어르신들 모시고 효도하는 도시가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충주에는 앙성과 수안보 두 개의 온천이 있고 이곳에 역이 생긴다고 한다.
  어쨌든 충주시민들은 중부내륙선 철도의 효과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찾아오는 고객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야 한다. 다가올 중부내륙선 시대, 우리의 고객은 수도권 시민이며 나아가 전 세계인들이고, 우리의 상대는 전국을 넘어 세계의 유력 도시들이다. 기존, 지역 내에 국한된 우물 안 개구리식 안목과 사고방식만으로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수도권 보다 앞선 감각과 세계적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수도권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을 모방해서는 늦는다. 우리가 도입했을 때 이미 식상해 버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수도권에서 유행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국제적 감각이 더욱 요구된다.
4. 충주지역사회 내부로부터의 시민혁명이 필요하다.
  중부내륙선 시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근면성실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우리 내부로부터의 혁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끊임없는 갈증과 과감한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소극적·폐쇄적·부정적 마인드를 개방적·적극적·긍정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찾아오는 모든 이를 진실로 맞이하는 열린 마음과 친절과 서비스 정신을 깊숙이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혁명은 시민의 자발성을 중심으로 시작해야 하고, 현실적·구체적인 일에서부터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 자치단체와 공무원들도 시민중심·고객중심의 행정마인드와 적극적인 수준을 넘어 공격적인 발전행정의 자세로 무장되어야 한다.
  또한 철도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와 자원과 함께 어우러진 맞춤형 역세권의 개발이 필요하다.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인접 문화와 자원을 잇는 연계 관광 패키지의 개발과 홍보도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내일, 중부내륙선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자! 이제 스스로 일어설 때이다.

저작권자 © 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