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영상

  중부내륙선철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는 등잔 밑에서 살고 있습니다. 충주가 서울지하철 노선도에 표시될 때 우리는 비로소 불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래 전에 당시 충주시장이셨던 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러한 대화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얼마 후부터 그분은 중부내륙선 철도 건설을 추진하셨다. 이제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지하철을 타고 찾아올 수도권 사람들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등잔불은 불꽃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는 곳은 비추지만 바로 밑은 그림자가 져서 제대로 비추지 못한다. 국가 발전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북은 수도권도 아니고 강원도나 전라도처럼 원격지도 아니기 때문에 수도권 개발효과도 미치지 못하고 균형발전의 배려도 비교적 적었던 도이다.
  더욱이 충주가 도내에서는 제2도시이기 때문에 청주권과 같이 도청소재지로서 개발 중심에 서지도 못하고 단양이나 보은과 같은 오지로서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이중 소외와 역차별을 받아 왔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서울 사람들의 행태를 살펴보니, 동인천까지 가는 시간이 충주로 오는 것보다 더 걸리는데도 동인천은 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충주는 강원도 오지처럼 먼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거리에 대한 감각이 실제 거리나 이동 시간보다는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망의 편의성과 지명에 대한 노출빈도에 더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특히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거리나 시간은 표시되지 않고 지나가는 순서만 표시되어 있으니 이를 매일 바라보면서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먼 지역도 가끔 듣는 지역보다 훨씬 더 가기 쉽게 인식되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집 앞에서 지하철만 타기 시작하면 그냥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이면 더욱 그러한 것 같았다.
  그래서 서울에서 오는 지하철이 충주까지 연결되고,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에 충주가 표시되면, 충주가 가까운 곳, 손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으니, 이때가 충주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뜻으로 말씀드렸던 것 같다.
  요즈음 가물어서 그런지 감이 풍년이라고 한다.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감이 많이 달려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 ‘감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감이 그냥 입으로 떨어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지하철이 서울에서 충주로 연결된다고 그냥 충주가 발전하거나 충주사람들이 잘 살게 될 리는 만무하다. 교통망이 연결되고 도시의 접근성과 개방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그만큼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충주시와 시민들이 중부내륙선 철도라는 기회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타 지역이나 외지인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중부내륙선을 타고 들어올 속칭 ‘굴러온 돌들(?)’에게 종속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준비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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