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영상
 

  몇 해 전 여름 장마철, 공무원인 어떤 친구가 수해예상지역을 점검하다가 논길에 미끄러져 차가 전복된 일이 있었다.
  근무시간도 아닌 토요일 오후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인지 차량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도, 다친 몸을 쉴 시간도 얻을 수 없었다.
  때문인지 그 친구는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필자도 사건 당시 우연히 전화를 걸었다가 알게 되었을 뿐이다.
  사실, 공무원은 잘해도 칭찬받기 어렵다. 보편적으로 공무원이 최선을 다해 봐야 티가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규정을 잘 지키고 직무를 잘 수행한 상태가 바로 아무런 사고 없이 평온한 상태이다.
  정상적이고 평온한 상태를 사는 보통사람들은 그것을 만들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평소에 전방을 지키는 군인들의 노고나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중국의 요순시대에는 태평성대를 칭송했다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고가 터지면 욕먹을 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칭찬받기 어렵다. 지방자치시대 생활행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보니 공무원들에게는 편하고, 일 적게 하고, 사고 안 나는 자리가 최고의 인기 보직이다. 거기다가 승진도 잘되는 자리라면 금상첨화다.
  오히려 일을 벌이면 핀잔을 듣고 열심히 하면 질시를 받기도 한다. “같은 월급 받고 왜 더 고생을 하는가? 정년까지 무사히 가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는 이들도 있다.
  일은 적게 하고 승진을 위한 노력(?)에만 몰두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독립유공자선양사업관련 민원을 ‘다음 시장선거 때 선거공약으로 만들어서 그 분이 당선되면 해보라’며 처리를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의 몸통은 공무원집단이다. 그래서 공직사회에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행태가 만연되면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특히 충주시와 같이 주민들이 지역발전에 관한 관심이 높고 그와 관련된 행정수요도 많은 지역일수록 이를 처리해야할 공무원들의 긍정적·적극적 자세가 요구된다.
  그런데 충주시 공무원들에게서 적극적인 행태를 발견했다는 이는 드물다. 지난 10년간 5번이나 자치단체장이 바뀌고 그에 따라 정책과 공약사업이 번복되었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의욕이 좌절되거나 불안감이 부정적·소극적 태도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인근지역의 발전 속도와 여건에 비해 충주시의 낙후와 불리함을 우려하는 공무원들도 많다.
  지금 충주는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중부내륙선 철도도 건설되고 있다. 길이 열린다고 해서 그냥 발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길은 양면성을 갖는다. 제대로 활용하는 자에게는 발전을, 방만한 자에게는 상실과 낙후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 낙후되면 다시 회복할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공무원의 긍정적·적극적 자세와 노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칭찬과 격려 속에서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 행동이 발휘된다. 정부 3.0시대, 시민과 공무원의 협력만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이제 충주100년 대계를 위한 공무원들의 적극적 노력에 칭찬과 격려를 보내야 한다. 공무원들도 항상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과 같이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스스로 보람을 느끼며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민과 공무원은 남이 아니고 이웃이거나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무원의 인사에 ‘시민평가’를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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