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 영 상
한반도의 중심도시, 사통팔달의 도로망, 여기저기 국도4차선 확.포장이 이루어지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린다고 했을 때, 우리는 저절로 부자동네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새로 뚫리고 난 뒤 앙성 온천은 자칫 지나치기 쉬운 관광지가 되었고 수안보온천은 괴산IC까지 가서 돌아들어가야 한다. 이전 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오거나 특별히 지역발전이 이루어진 것 같지도 않다. 그동안 여러 개의 국도가 개선되었고, 고속도로도 하나 더 개통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진 ‘길’이 정치인들의 당선에는 도움을 주었는지는 몰라도 지역발전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는 사회간접자본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 지역을 통과하는 ‘길’에 대한 주체성도, 주도권도 우리가 갖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를 지나가는 길은 당연히 우리의 길이고, 계획당시부터 우리의 입장과 편익이 고려되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길’에 대한 활용계획과 미래의 경쟁력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그저 ‘길’만 뚫리면 다 잘 되는 줄 알았다.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건설하는 길이라 하더라도 그 ‘길’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고 당연히 계획 시점에서부터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한편, 실천의 노력을 전개했어야 했다. 우리가 소망했던 ‘길’이 가져다 준 결과가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환경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전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길’은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산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환경의 변화이다. 더욱이 지금은 21세기다. 이제 변화를 선도하고 실천하는 도시만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변화에 민감하지 않는 도시는 낙후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신의 환경까지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도시만이 발전하게 되는 시대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구상 그리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충주로 통하는 모든 길은 ‘충주의 길’이 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이룩한 충주의 발전이 대한민국 발전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중부내륙선 철도를 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국회에서 남부내륙선 철도를 중부내륙선 철도보다 빠른 준고속철도(설계속도 250Km)로 놓겠다며 예산을 배정했다고 한다. 남부내륙선 철도는 중부내륙선과 김천지역에서 이어져서 진주를 거쳐 거제까지 가는 철로이다. 이렇게 되면 설계속도 200Km에 단선으로 건설되는 중부내륙선 철도의 미래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앞으로 고속철도가 국가단위의 이동과 수송의 중심이 될 것이며 남북간 노선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경부고속철도와 기존의 경부선철도가 김천을 지나고 있으며, 서울 수서에서 여주, 원주를 거쳐 강릉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가 이미 건설 중에 있고, 중앙선철도가 복선화를 시작했다. 결국, 중부내륙선을 둘러싼 모든 철도가 더 빠르게 또는 복선으로 건설되고 있다. 앞으로 속도가 늦고 대기시간이 많은 중부내륙선을 피해 부산에서 출발하는 물류가 중앙선으로 올라가고, 거제에서 출발하는 물류가 김천에서 경부선을 거쳐 서울 외곽으로 빠질 경우 중부내륙선의 활용도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성장축에서 중부내륙선과 충주가 밀려나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동안 충주는 한반도의 중심도시로서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자랑해 왔다. 낙후되고 불편한 도로망과 교통체계를 가지고 사통팔달의 도시를 자랑할 수는 없다. 철도를 비롯한 도로망의 개선이 서둘러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결정하는 철도당국의 논리는 주로 B/C(비용편익)분석에 의존한다. B/C분석은 비용의 투입방식에 따라 분석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지만, 편익을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활용도를 높여야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중부내륙선의 활용도를 키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충북선과 중부내륙선의 환승역에 공용버스터미널을 포함시켜 복합환승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충북선과 중부내륙선 철도의 환승역이 기존의 충주역으로 계획되어 있다. 지금의 충북선 철도만으로도 공간이 부족한 충주역이 두 개 노선의 환승역으로 제대로 기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금도 혼잡한 공용버스터미널이 충주역과는 애매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와 버스의 환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월벌과 같이 넓고 효율적인 위치에 다양한 교통수단의 환승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복합환승센터를 최소한 광역차원에서 건설해야한다. 그래서 진정한 한반도의 중심도시, 사통팔달의 도시, 충주의 명성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충주를 거쳐 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이 머물다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보다 빠른 철도와 광역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여 교통과 이동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들르지 않고는, 머물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특성 있는 역세권을 개발하고 테마 있는 노선관광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주인이 아닌 길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주인인 길을 만들기 위해 주체적 의식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미 기공식을 했다고 해서 불리한 미래를 무조건 수용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개선을 요구하고 최단기간 내 재건설이라도 이루어 내야 한다. 이번에는 ‘충주를 위한 충주의 길’을 만들 수 있을지? 정치인과 지도층은 물론 지역주민 모두의 미래에 대한 의지를 시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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