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 영 상
언젠가 어느 모임에서 시장의 공적으로 제시되었던 일들이 다른 모임에서는 국회의원의 치적으로 이야기되기도 하고, 시의원, 도의원이 한 일이라는 주장을 들은 적도 있다. 심지어 어떤 시정사업 중 잘한 일이 있으면, 시장, 국장은 물론 과장, 계장까지도 ‘내가 한 일’이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정 누가 한 일이고, 누구의 말이 맞는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모두의 말이 맞고, 모두가 함께 한 일이다. 세상에 혼자서 다 하는 일은 없다. 이들은 다만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을 뿐이고, 그 권한과 재원이 시민들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생략했을 뿐이다. 어떠한 도시 또는 국가라도 하나의 체제(system)로서 자신이 속하는 상위체제와 여러 구성요소들로 이루어지는 하위체제를 갖는다. 모든 체제는 내부 구성요소들의 역할과 상호작용 그리고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 또는 성장하거나 사멸하게 된다. 또한 하나의 시스템은 다른 시스템의 환경이 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은 물론 상위 체제의 생존, 성장, 사멸에 기여한다. 따라서 체제 내 구성요소들이 순방향으로 제 역할을 다 하고, 외부 환경과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이 활발할 때 체제의 생존과 발전이 가능하다. 더욱이 급속히 변화되는 21세기에는 변화에 대한 적응을 넘어 변화를 끊임없이 선도하는 시스템만이 발전과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도시의 경우에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구성요소의 역할을 순방향으로 모으고 환경과 상호작용을 활발히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지역에 인재가 없다,” “어른이 없다,” “지역이 낙후되고 비전이 없다”는 말을 듣곤 한다. 심지어 “충주는 안 돼”라는 자괴감이 섞인 푸념을 듣기도 한다. 이는 모두가 지역사회 내·외 구성요소들의 활력과 상호작용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며,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폐쇄적 구조와 오랜 환란과 압제의 역사에서 비롯된 행태이다. 개인중심적이면서도 공동체의식이 강한 서구사회와는 달리 우리의 자급자족형 농경사회는 개인보다는 가족을 중시하면서도 폐쇄적·소극적 의식구조를 형성토록 해 왔다. 그리고 일제식민시대와 한국전쟁 그리고 혼란과 독재의 정치사는 우리의 자주적·자발적 의식의 형성에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심지어 우리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나대다가 큰 일 난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의 의지와 역할을 만류당해 왔다. 이렇듯 폐쇄적 의식구조와 소극적 사고방식으로는 21세기의 무한경쟁에 필요한 구성요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 개방적 의식구조를 통해 내·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촉진해야하고, 상위 체제와 환경의 변화를 선도하는 발전목표의 제시를 통해 구성요소들의 의지와 역할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동력의 발원은 일반적으로 정치인이나 지도층 또는 지식인들에게 기대되고 있으나, 그 동력의 발휘는 이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의 결집에서부터 비롯된다. 이제 우리가 사는 고장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 고장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 우리 모두는 정치인이나 지도층으로서, 지식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로서, 미래의 주인공을 키우는 부모세대이거나 다음세대를 이끌어야하는 어른으로서 ...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으로서 세계와 국가라는 상위 체제 내에서 충주라는 도시 시스템의 위치와 역할을 생각하고, 충주라는 시스템의 한 구성요소로써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그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직하게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잘 한 일이 있으면, ‘우리 모두가 함께 한 일’이라고 자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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