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요즈음 백세인생이라는 노래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한의 정서가 서린 민요풍의 곡조에 대표적인 전래 민요인 아리랑을 후렴으로 섞어 만든 노래이기에 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노래 가사가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관심사인 건강과 장수를 노래하고 있어 누구나 한번쯤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이 노래는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라고 하면서 끝이 난다. 마치 건강하게 오래 살기만 하면 모두 다 행복할 것처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떻게 건강하게 오래 살지?’하는 막연한 의문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건강할 수 있을까?’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그 긴 세월을 뭐하고 사나?’ 등등 미래에 대한 궁금함과 불안함이 밀려든다.
  심지어 얼마 전 우리의 SNS에 심심치 않게 ‘퍼오기’되었던 우스갯소리 중에 있던 “90세에는 아침에 눈 떴다가 아내에게 ...”하는 식의 구박이라도 받고 살면 무엇 하나? 하는 장수에 대한 허무함 내지 두려움마저 살짝 스치기도 한다.
  우리 나이 90에도 아내가 누구를 때릴 만큼 기운 센 여인일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냥 오래 사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노년을 준비한다고 건강을 다지고 연금이나 자산 마련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이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과 노인 빈곤률이 1위라는 기록을 보면, 막연한 건강관리나 노후준비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다. 
  건강에는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경제적 건강, 가족건강, 사회적 건강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육체적 건강에 관심이 높고 다음이 경제적 안정이나 치매와 같은 정신적 건강에 주의하려고 하지만, 심리적 건강이나 사회적 건강 등에는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육체적으로는 아주 건강한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치매나 우울증에 시달리게 될 경우 ‘건강 장수’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정신과 육체 모두 건강한데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면 힘겨운 노년살이를 해야 할 것이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 여유도 있지만 가족이 서로 외면하거나 사회적으로 외톨이 신세라면 그것도 즐거운 노년이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까지 복지논쟁이 전개되고는 있으나 현대사회는 결국 가족복지에서 사회복지로, 잔여적 복지에서 제도적 복지로 나아가고 있다. 공자도 ‘예기’에서 ‘대동사회’를 주장했다. 결국은 사회적 차원에서 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배려하고 챙겨야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굳이 고독사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복지시대에는 스스로 독야청청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친숙하게 지내는 성품이 더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백세인생을 위해서는 즐거운 사회적 관계의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동창회, 동호회, 향우회 등 대면접촉이나 카톡이나 밴드 등 SNS를 통해서라도 다양한 관계와 만남을 갖고, 행복과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다 가족관계의 건강함과 행복함이 지속될 수 있다면 사회적 건강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때문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를 찾고 평생 함께 배우고 즐겨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적 건강이 중요하다. 경제적 준비를 위해서는 저축과 건전한 투자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인 퇴직연령인 60세에서 백세까지는 40년, 요즈음 추세로 보면 적어도 20~30년은 다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월이 남는다. 이는 우리가 처음 취업해서 일한 세월과 맞먹는 시간이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 하고 싶던 일을 정신없이 하다보면, 오히려 정신건강은 회춘할 것이고 여기에 소소한 돈벌이라도 되는 일이라면 경제적 건강까지 확보할 수 있다. 
  남은 세월동안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이 건강한 백세인생을 사는 비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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