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건국대학교 교수)
  곧 설 명절이다. 명절 때면 사람과 차량이 늘어나 혼잡해지고 교통체증도 생긴다. 이런 일시적 혼잡 상태를 두고 “사람들이 평소에도 이 정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도 있다.  사실 명절 때 돌아온 사람들도 원래 충주의 인구이다. 
  최근 기사를 보면 충주시인구가 또다시 감소되고 있다. 인구감소는 국내 거의 대부분의 지방중소도시들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저 출산과 대도시로의 인구이동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방소멸론’을 그저 섣부른 기우라고 치부하지만은 못할 것 같다. 
  특별한 자원과 산업이 없는 중소도시에서 인적 자원이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그런데 과거에는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대도시로의 이동이 불가피했다. 이렇게 한번 떠난 인구는 되돌아오지 않았고, 출산율마저 떨어지면서 지방도시의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각종 기업과 생산시설을 유치하려하지만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한 지방도시에서 우수한 기업이나 경쟁력 있는 산업시설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 어렵사리 기업을 유치한다고 해도 현지 고용보다 외지인의 고용이 많고, 그 외지인은 이주하기 보다는 통근이나 ‘주중에만 나홀로 생활’을 더 선호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정주인구를 늘리고 이에 따른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주인구보다는 간접인구 즉 직접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주인구는 적더라도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서 움직이는 인구가 많도록 할 수 있다. 첨단도시일수록 정주인구의 수가 지역발전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 현실 공간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우리 지역에 가장 가까운 이들은 누구인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태어났거나 자랐거나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와 후손들이다. 지역을 하나의 기업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가장 우선적이고도 충성도 높은 기대 고객층이다.
  “고향마을이나 출신학교의 플래카드에 이름이 써졌던 사람일수록 고향으로 돌아오거나 기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현수막을 붙인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기대를 계속 갖는다”는 말도 있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산업사회에서 아마도 출세한 사람들일수록 더 바쁘고 치열하게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좀 더 힘 있는 지역,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웠을 수도 있다. 
  사실, 정치적 출세의 기반을 다지러 오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도시에서 출세했다는 인물이 고향을 위해 헌신했다거나 자주 찾아온다는 말을 별로 듣지 못했다. 이제는 과거에 급제한 어느 한사람이 가문을 일으키거나 소수의 출세한 인물들이 지역을 발전시키기 어렵다. 21세기는 오히려 보통사람들 다수의 관심과 노력이 집안을 윤택하게 하고 지역을 융성하게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때문에 지역차원에서 출향인의 휴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보통 충주인, 중원인의 고향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고향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이키고 북돋아야 한다. 
  이들이 직접 와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항상 지역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다른 지역보다는 고향에 와서 쉬고, 놀고, 기왕이면 고향 물건을 사서 쓰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수시로 고향소식을 전하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최소한 고향에 찾아올 동기를 부여하고, 방문의 편의라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명절에 어렵사리 고향을 찾아왔다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약속장소가 문이 닫혀 당황하기도 한다. 이제라도 ‘고향방문안내’에서부터 ‘퇴직 후 귀향 프로그램’까지 충주를 찾고, 기여할 충분한 이유와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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