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교수
   최근 서울학, 경기학, 부산학, 인천학, 전주학 등 지역학에 대한 정립과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충주지역도 충주학 또는 중원학의 정립에 대한 관심이 새로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학의 학문적 정의와 범위가 추진하는 지역별로 다양하게 정의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이견이 존재하기도 한다.
  강원학과 경기학은 역사와 전통문화 등의 현대적 재해석 또는 본질과 가치의 조명이라는 의미로 정의되어 있고, 서울학, 부산학, 전주학 등은 역사와 문화 외에 정치, 경제, 사회, 건축, 도시, 조경 등 보다 폭넓은 학문분야의 종합적 또는 학제간 연구라는 의미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학의 연구가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과 지역의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는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지역학의 정의를 “학문적 대상지역의 역사, 문화, 지정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도시, 건축,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의 총합적 학제 간 연구를 통하여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고유한 미래상 정립, 지역발전 방향 설정 및 그 이론적 기반 구축을 위한 융합 또는 복합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지역사 내지 향토문화사만을 중심으로 시작해서는 제대로 된 중원학 내지 충주학의 정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원학이나 충주학의 정립에 대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지역 내 학자 몇 분의 제시가 있었고, 건국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중원연구원’과 건국대학교 ‘세계와 지역연구원’의 시도가 있었다. 비록 이러한 시도와 노력들이 지역적 한계와 내부사정으로 인해 활동이 다소 침체되었거나 중단되었지만 이들의 설립목적이 궁극적으로 중원학의 정립을 통한 지역의 미래 창조였음은 확실하다.
  20세기 말부터 세계화 시대가 열렸고 지방화가 동시에 추진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민주화에 이은 지방자치의 구현 그리고 세계화를 함께 겪어야 했다. 이때부터 지역은 국가와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무대 속에서 직접 자신의 기량을 펼치거나 최소한 세계의 무한경쟁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고, 그래서 국가와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도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때문에 세계화와 지역경쟁력을 두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나왔고,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라는 단어를 합성하여 ‘세방화(Glocalization)’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결국 충주지역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발전하고, 발전된 역량을 세계로 펼쳐나가야 하고, 이를 위한 이론적 토대인 충주학 내지 중원학을 서둘러 정립해야 함은 확실하다. 그런데 다양성과 복잡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21세기 지역발전의 이론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문, 사회, 자연 과학과 예술은 물론 지속가능한 재생과 미래를 위한 다양한 학문간 총합적.학제적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앞선 시도와 노력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학과 지역을 초월하여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자신의 성과를 중심으로 하거나 경제성과 능률성만을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한 중원학의 진정한 정립이 어렵다.
  우선, 민.관.학이 함께하는 ‘중원학 연구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내 두 대학과 출향 학자들 그리고 충주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 모든 연구 인력과 자원들을 모으고 독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중원학의 정의와 범위부터 정립하고 연구를 위한 장기적 계획과 로드맵부터 구성해야 한다.
  참고로 필자는 ‘충주학’보다는 ‘중원학’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충주’는 지역명으로 영구히 존재할 수 있으나 ‘중원’은 역사도 더 깊고 의미도 훌륭하지만 세월이 가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며, 개인적으로 忠州의 ‘중심고을’이라는 해자(解字)적 의미보다는 본래 의미가 ‘천하의 중심’을 뜻하는 中原이라는 말이 더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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