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교수
   정부는 ‘자기주도 근무시간제’를 초과근무가 꼭 필요한 일부 부서를 제외한 43개 모든 부처에 확대실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부처별 평균 초과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초과근무총량을 정하고, 부서장이 이 총량 내에서 직원들의 초과근무를 승인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없애고 정규근무시간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이며 불필요한 예산의 지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공직업무의 특성상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시간외 근무수당 또는 야근수당은 지속적으로 문제시되어 왔다. 국가청렴위원회가 출장비부당수령 문제와 함께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로 지적한 적도 있었고, 불법적으로 야근수당을 받아 문제시된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야근수당을 타기 위해 실리콘으로 지문을 복제한 가짜 손가락을 만들어 후배 직원에게 퇴근입력을 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몇 년 전에는 야근수당이 “공무원을 시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가게 되는 관행 중 하나”라는 어느 공무원 출신의 고백이 보도되기도 했다. 
  2007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가 ‘야근사유’를 조사한 결과, ‘상관의 눈치 때문’이 35%였고, ‘시간외 수당을 타기위해’서가 26%였다. 또한 정시퇴근을 위해 개선해야할 과제도 ‘시간외 수당제도’가 42%로 가장 높았다. 정부가 지난 2년간 13개 정부부처에 ‘자기주도 근무시간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도 공무원 1인당 평균초과근무가 7.4% 감소했고, 71.3%의 공무원들이 만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실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각종 회의와 출장, 갑작스런 민원이나 상황 발생 등으로 인해 정규근무시간을 소모하게 될 경우, 담당업무를 근무시간 내에 다 마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상관이 퇴근하기 전에 먼저 퇴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러한 공직문화가 남아있어 상관보다 먼저 퇴근인사를 할 용기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외 수당을 받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거나 습관적 야근으로 정규근무시간을 나태하게 보내는 것은 엄연한 근무태만이요. 그러한 부당 이익을 의도했다면 당연히 부패이자 범죄의 시작이다.
  이제는 정부의 규제와 금지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또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규근무시간을 보다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남자들은 일에 몰두하여 집에서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일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자기개발에 열중하거나 가정에 충실한 생활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많이 일하는 나라이지만 노동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2014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평균에 비해 350시간이 많은 반면,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29.9달러(구매력 평가지수 적용)로 OECD 34개국 중 25위이다. OECD 평균은 40.5달러이다.
  일제의 헌병과 경찰통치 그리고 강력한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우리의 관료문화에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부정적 측면이 남아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지금은 현대문화와 생활방식 속에 성장한 젊은이들이 공직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은 선진 공직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위해 정부의 강제 보다는 공무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자 © 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