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교수
   호가호위(狐假虎威)란 “남의 힘을 빌려 자신의 위세를 부린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누구와 친하다.” “누구누구의 동창이다.” 또는 누구의 총애를 받는다거나 심지어 “누구를 위해 일한다”는 말을 하며 마치 그의 권세를 자신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처럼 위세를 부리기도 한다.
  그것은 특히 고위관료나 힘 있는(?) 정치인과의 관계를 내세우며 자신의 사업이나 정치 또는 사회 활동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예로부터 호가호위하려는 사람들을 경계해 왔다.
  얼마 전, 우리 지역 출신의 가장 자랑스런 인물 중 한사람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그동안 그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분분한 해석이 많았고, 이번 방한으로 그의 출마를 단정하는 해석이 늘었지만, 그는 대선출마에 대해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금년 말까지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충실히 완수하고 싶다고 했을 뿐이다. 
  이는 성실함의 표본이라는 반기문 총장다운 발언이고, 그를 존경하거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의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유엔 사무총장의 직무를 훌륭하게 완수할 수 있도록 기원해야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조용히 그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어떠한 결정이든 순수한 마음으로 지지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그의 대선 출마에 대해 찬반의 의견이 나타나고 그와의 친분을 내세우거나 대선과정에 앞장서서 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이들도 있다.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이들은 혹시라도 그동안 쌓은 명예가 추잡한 정치판의 네거티브 선전으로 인해 실추될 것을 염려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친분을 자랑하거나 대선과정에 기여하겠다는 이들은 단순히 그를 자랑스러워하거나 존경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순수한 자랑인 경우도 있지만, 그의 유명세와 힘을 이용해 호가호위하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같은 고향 사람들, 같은 학교 동문들, 나아가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두가 그를 순수하게 지켜 주지 않는다면 그는 정말 고독해지거나 곤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역사상 실패한 권력자들의 주변에는 언제나 호가호위하며 자신의 욕심 채우기에 혈안이 된 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반기문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지지가 과연 반 총장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역할이나 지역발전의 계기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영달을 위한 호가호위의 수단인지 돌이켜 봐야 한다.
  누구나 꿈을 가질 수 있다. 반기문 총장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모두가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진정한 성공 뒤에 오는 자연스런 도움이나 후광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결심도 없고 구체적인 과정이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지는 욕심은 오히려 반 총장과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 고향과 국가에 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진정 반기문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자신이 실제로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지 돌이켜 봐야 한다. 그의 고향인 충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할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충북에서의 지지활동은 당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타지역의 부동층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도움이 되고 싶다면, 강원도나 제주도 등 타지역에서 부동층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우선 군대동기이든, 대학친구이든, SNS 친구이든 연결되는 모두에게 진정으로 훌륭한 면모와 존경받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그래서 반기문이라는 세계적 지도자를 배출한 고장과 학교에 걸 맞는 위상을 펼쳐야 한다.
  그가 출마하던 안하던 그러한 우리가 될 때 우리의 노력은 발전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그와 함께 존경받고 그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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