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교수
   지난 21일 성주군민 2천여명은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주군 배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성주군수를 비롯한 군민 20여명이 삭발을 하는 등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한편 외부인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250여명이 자체 질서 유지활동도 벌였다.
  성주군은 인구 4만5천명의 작은 도시이다. 전체 인구 중 53%가 50세 이상인 이미 초고령단계에 진입한 도시이고, 재정자립도도 15.28%에 불과한 힘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결정은 모두가 기피하는 군사시설을 이 가난하고 힘든 도시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사전에 주민과의 협의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충분히 있어야 했다.
  물론 고도의 군사전략적 정책 판단을 두고 사전에 공개적인 협의나 의견수렴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안 방폐장,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의 처리방식을 돌이켜 보면, 정부의 국민설득과 합의 도출 방식에도 문제는 있는 것 같다.
  이번 사드의 성주군 배치 갈등도 군사전략이라는 이유에서 보안과 기밀유지를 우선시한 밀어붙이기식의 일 처리와 이러한 정부의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에 대한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초래한 충돌로 보여진다.
  그런데 부안군 사태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는 직접 당사자가 한국 정부와 국민이다. 그러나 성주군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 쇠고기협상 때와 같이 미국과 한국의 정부와 국민 모두가 당사자이다. 한국정부가 독단적으로 협상하고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복잡한 국제관계와 미래에 대한 장기계획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도 이미 국제관계에 있어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민주화와 지방화에 따라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세계화와 인터넷으로 인해 국경없는 세상이 이루어졌으며, WTO와 같은 국제 NGO 활동으로 인해 시민들의 국제사회의 행위자로서의 역할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영역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국가 안보보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안보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아직도 정부의 권위주의적 정책 결정과 집행의 행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시민사회의 변화와 지방자치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가 충돌의 형태로 발전하기 쉽다. 따라서 시민참여와 정부역할의 조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국제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적 협상을 설명하는 틀로 푸트남(R. D. Putnam)의 양면게임이론(Two Level Games)이 있다. 정부는 국제관계에서의 협상과 국내의 정책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과 합의 도출이라는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또한 국내에서 동의를 확보할 수 있는 협상 범위(Win-set)의 크기에 따라 정부는 국제관계에서 다양한 협상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비록 힘의 비대칭적 상황 하에서 약소국에게는 전략적 선택지가 부족하고 양면게임의 동시 진행이 어렵다 하더라도 자국 내에서의 저항과 동의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스스로 윈셋의 폭을 줄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차피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하고, 성주가 전략적 최적지라면, 성주군민의 고통을 치유하기에 충분한 보상과 지금과 같은 환경이 유지될 수 있을 만큼의 안전에 대한 보장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위험 또는 만일에 대비하는 수준의 예방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국익을 위해 이러한 상황을 사드의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정부의 지혜와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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