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영 상 (건국대학교 교수)
   최근 부산, 울산 등지에서 가스냄새가 난다는 등 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만일 일본과 같은 지진이 우리에게 발생하면, 일본보다 피해가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두려움도 더 큰 것 같다. 이는 우리의 많은 건물과 시설물들이 내진설계에 따라 충실히 시공되었다고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이미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유독 원자력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큰 것은 원자력이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력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은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하고 잔인한 독극물이며, 반감기가 수십년이 넘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부산지역의 지진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인근에 원자력발전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대표적이다. 이 사고는 지진과 해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타격보다 피해를 더 키운 것은 인재(人災)라고 한다.
  우리의 위험예방과 위기관리 시스템이 일본의 그것보다 우수해서 천재(天災)를 예방하거나 인재를 방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까지도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지진발생 직후 미국 등의 협력과 즉각적인 조치를 통해 노심용융의 상태에 이르지 않고 원자로를 폐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원자로 폐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회피하려는 도쿄전력의 원자로 폐쇄 반대, 일본정부의 소극적 대처, 일본 수상의 결단력 부족 등이 초기 대응의 기회를 놓치고 사태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확대시키고 말았다.
  일본의 경우 스스로 ‘원자력 마피아’라고 부르는 일종의 이익공동체 집단이 형성되어 있다. 원자력 분야는 소수 대학 출신들만의 세계인데다가 관련 공무원들의 퇴직 후 일자리, 정치헌금, 광고료, 연구비 등 막대한 자금과 특혜로 맺어진 전력회사, 원자력 전문가, 공무원, 언론, 정치인, 노동조합 등의 오랜 유착관계가 존재해 왔다.
  깊은 관경유착의 관행에 물든 정부 관료들이 도쿄전력의 피해를 무시하지 못하였고, 관료 불신과 독선으로 지적받던 간 나오토 일본 수상이 초기에 적극 대응을 지시하였지만, 결단력과 리더십의 부족으로 인해 일사불란한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본의 관경유착 또는 정경유착 악습과 관행이 우리에게는 없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일본의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최근 원자로의 피뢰침 접지선이 도난을 당했으나 여러 해 동안 발견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건이 밝혀졌다. 만약 접지선이 없는 피뢰침에 번개가 떨어졌다면 원자로에 화재나 설비장애가 발생하고 이것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또한 2012년에는 정전과 비상발전기 고장으로 인해 원자로 냉각시설의 전원이 모두 차단된 상태(black out)를 방치하여 자칫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처럼 원자로 노심용융(melt down)의 사고가 발생할 뻔한 사건도 있었다. 더구나 관련자들이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은폐하려하였던 사건까지 있었다. 
  원자력은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라고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위험과 독소를 방출한다. 원자력 분야가 안보 또는 산업보안과 안전 등을 위해 폐쇄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안녕을 위한 사고예방과 초기 대응은 불필요할 정도로 철저하고 즉각적.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위기관리는 가능한 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관리와 참여를 통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과 민첩하고 철저한 집행체계 하에서만 가능하다.
  비록 우리 지역이 원자력발전소에서 멀리 있다하더라도 천재과 인재에 대한 위험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사고예방과 대응을 위해 이러한 리더십과 위기관리시스템의 정비와 훈련이 항상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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