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교수)
   지난 여름 휴가기간, 우연히 속초지역을 지나던 중 “시민여러분! 정말 큰일 해내셨습니다,” “시민들이 흘린 땀방울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약속의 땅 속초가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는 현수막들이 무수히 게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마치 우리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유치운동 그리고 최근 있었던 중부내륙선철도 제6공구 지하화를 주장하던 모습과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여, 급히 차를 세우고 유심히 살펴보니, 속초의 동서고속철비상대책위원회, 마을 및 산업 공동체, 건설업협회, 상공회의소 등 각종 주민단체와 기업들이 내건 춘천~속초간 동서고속철도 추진계획 확정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었다.
  이 현수막들은 대부분 동서고속철도 건설계획 확정이 시민들의 노력과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스스로 자축하거나 대통령의 대선공약이행이라며 대통령의 신뢰정치 구현에 감사한다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동서고속화 철도를 통해 대륙의 꿈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선도해 나가자”며 지역과 세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 6월 27일 고시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에는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뿐만 아니라 충주지역을 지나는 중부내륙선철도의 문경~김천 구간 및 이와 연결되는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선철도의 건설 그리고 충북선(조치원~봉양)의 고속화 개량 계획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는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간자본의 유치 상황에 따라 그만큼 빨리 추진될 수도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고 가야할 길도 멀뿐만 아니라 완공 후 이용에 있어 높은 요금의 문제가 철도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지금 건설 중인 중부내륙선 부발~문경 구간과 충북선 고속화 개량사업은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만큼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사업은 정부의 재정 상황과 지역의 정치적 역량에 따라 사업추진 속도와 규모가 결정될 수 있다.
  그런데 철도나 고속도로의 건설은 국가 단위에서 거시적으로 계획되고 B/C논리에 따라 추진된다. 그리고 사업의 시행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윤 최대화의 원칙 하에 건설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비리와 상납이 얽혀있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하청구조까지 감안한다면 지역의 상황과 요구가 고려된 철도나 고속도로의 건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충북선 고속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그 예산규모는 축소되었고, 지역사회의 반응은 없다. 결국 국가차원의 계획과 대기업 중심의 시행 속에 지역민을 위한 철도, 지역발전에 기여할 철도가 놓여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미 중부내륙선 철도의 도심구간은 지하화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충북선이 지상으로 간다는 것은 중부내륙선 지하화의 의미가 상실된다. 더욱이 이미 활용도가 거의 없어진 목행, 동량 지역을 통과하는 기존의 충북선 노선을 고집한다면 이 지역의 고통을 지속시킬 뿐만 아니라 충북선 고속화의 의미는 물론 중부내륙선의 충주 북부지역 우회의 의미마저도 상실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철도가 우리지역을 지나간다면 철도는 충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이 되어야 한다.
지금, 중부내륙선 충주북부지역은 역이 아닌 신호장 건설이 계획되어 있고, 충북선 개량사업은 아직 지역을 위한 철도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의 관심과 정치적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속초지역에서는 “동서고속철이 30년 쌓인 눈물을 닦아 준다”고 게시하고 있다. 철도로 인한 충주지역 주민들의 수십년 고통과 충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염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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