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상 건국대학교 교수

  우리는 모두 살기 좋은 세상을 이야기 한다. 대통령에서부터 일선 공무원, 국회의원과 여야 정치인은 물론 시민단체 회원들도 보수이건 진보이건 이구동성으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런데 살기 좋은 세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아마도 살기 좋은 세상은 풍요롭고 안전한 그리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러한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 조금씩 이루어갈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어떤 개인이나 조직 또는 사회나 국가마저도 새로운 변화와 발전이 없으면 살기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공자(孔子)도 논어에서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이라 하여 나날이 변화하고 새로워질 것을 강조하였고, 과거 우리 조상들은 이를 선비로서 당연히 취해야할 자세로 삼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방법으로서 공자의 또 다른 가르침인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노력을 전개해 왔다. 
  서구화(西歐化)가 곧 근대화(近代化)가 아니 듯 서양의 제도와 물질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대로 우리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토양이 맞지 않는 제도와 문화는 오히려 혼란과 갈등 그리고 역발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구한말 서구의 문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동도서기(東道西器)와 온고이지신을 새겨왔다.
  이러한 전통이 있기에 첨단 과학과 문명을 바탕으로 한 세계사적 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우리는 근본과 전통을 고찰하여 버려야할 것과 지켜야할 것을 정제하고 새로운 과학과 문명을 융합하여 한층 높은 질서와 아름다움을 창조해왔다. 그 중 하나가 한류문화라 할 수 있다.
  최근들어 우리사회는 발전을 위한 새로운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 공직자 등에 대한 새로운 규제 법령인 세칭 ‘김영란법’이 그것이다. 우리는 과거 왕조시대 관존민비의 문화와 일제의 수탈을 겪고, 권위주의 통치와 성장위주의 발전전략을 추진하면서 부정적 관행과 관경유착의 문화가 형성되고 고착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그러한 관행을 벗고 진정한 공정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시행된 것이 ‘김영란법’이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못되었는데도 다양한 반응과 불만이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정당한 민원의 요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법의 규제 정도가 심해서라기보다 우리사회의 부정적 관행과 고착된 관료문화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반증으로 보여 진다.
  법의 정식명칭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법령을 위반하거나 지위와 권한의 남용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적법한 요구와 주장을 정당하게 펼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정과 인연으로 뭉쳐진 사회에서 살아왔다. 정과 인연을 나누며 자연스러운 만남과 대화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하고, 다양한 민원과 불만의 수렴과 해결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사회문화가 갑자기 민원회피내지 대인회피적인 수준으로 변화되고 적잖은 오해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부당하고 불공정한 관행이나 부정부패가 연루된 청탁을 버리고, 위법을 요구하거나 권한과 지위의 남용을 강요하는 행위 또는 금품 수수와 향응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과 인연에 얽힌 만남과 대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법을 핑계로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민원의 접촉마저 꺼리는 것은 법의 근본취지에도 어긋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 가운데 중요한 또 하나가 바로 정자정야(政者正也)이다. 다스린다는 것은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요. 바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내용은 우리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의 질서와 행정문화를 갖추기 위해서는 법이 아니어도 당연히 지켜왔어야 할 행동과 문화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과 문화는 법의 엄중함과 우리의 정 깊은 사회문화의 조화 속에서만 법의 취지 그대로 정착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국가경쟁력지수는 세계 140개국 중 26위인데 부패인식지수는 37위이고 공공부문청렴지수는 46위라고 한다. 이제라도 우리의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에 어울리는 공정사회를 구현하여 우리의 국격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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