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종호 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강국대사(주미대사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일대사 이수훈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주중대사 노영민 전의원, 주러대사 우윤근) 등 교수진과 정치인을 포진했다. 

 통상적으로 아그레망(주재국 승인)을 접수하고 명단을 발표하는 게 외교적 관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계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를 차기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터 차는 한국계로는 성 김에 이어 두 번째다. 보수 성향의 대북관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트럼프 정부의 북한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간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하겠다는 뜻은 여러차례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공공연히 발언해 왔다. 차 교수 내정은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차 교수가 몸담고 있는 CSIS는 공화당의 외교 정책을 생산하는 보수 성향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다.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미국에서 3대 싱크탱크로 꼽힐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차 교수는 2004년 12월 NSC 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대북 강경론을 주장했던 부시 전 대통령의 아시아 외교정책을 보좌하기도 했다.
 다트머스 대학의 데이비드 강 교수와 함께 ‘북한의 핵:개입 전략에 대한 논쟁(Nuclear North Korea: A Debate on Engagement Strategies)’이라는 공저에서는 강경파로 나서 온건파의 데이비드 강과 서로의 견해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대북관을 드러냈다.
 지난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워싱턴포스트(WP) 기고글에서 새로운 외교 전략을 주장하기도 했다. 시진핑의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라는 조언으로 “중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차 교수가 이 같은 성향을 보이면서 도발 일변도로 우리와 미국의 대화 제의를 무시하고 있는 북한에 보다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쓴소리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대북 제재 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차 교수는 아시아 안보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부모 사이에서 1959년 출생한 만큼 한국과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서 ‘적대적 제휴 - 한국, 미국, 일본의 삼각 안보체제’는 일본에서 ‘오히라 저작상’을 받기도 했다.
 차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공통의 동맹국인 미국’을 매개로 양국 간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위안부 문제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도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1년 연장을 추진하는 등 실리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
 미국과 중국의 안정된 관계를 통한 동북아시아 군사력 감축이라는 입장도 갖고 있어 미중 관계의 개선을 목표로 할 가능성도 크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미중 양국간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인 우리 정부의 아킬레스건 해소에도 조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편 차 교수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미국과 일본, 서방 동맹국들과 북한 비핵화 정책을 조화시키면서 대북 포용 정책을 복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빅터 차의 아버지 차문영,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하여 1954년 한국을 떠났으며, 어머니는 줄리어드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차문영은 이홍구 전 총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경기고 동기 동창이다. 빅터 차는 전 농림수산부장관인 김식의 딸과 결혼하였다. 김식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11대, 12대 국회의원이었다.
 아그레망(agrement), 타국의 외교사절을 승인하는 일. 외교사절을 파견하는 데는 상대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이 상대국의 동의를 아그레망이라고 한다. 사절의 임명 그 자체는 파견국의 권한에 속하나 외교사절을 받아들이는 접수국은 개인적 이유를 내세워 기피할 수 있다.
 현재의 관행으로는 미리 접수국의 의향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조회에 대해 이의가 없음을 회답하는 것을 '아그레망을 부여한다'고 하며, 아그레망을 받은 사람을 페르소나그라타(persona grata), 아그레망을 받지 못한 사람을 페르소나논그라타(persona non grata)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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